'더 리더'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4.23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posted by oss 2009. 4. 23. 05:15

책 읽어주기, 샤워, 사랑나누기, 그리고 나란히 누워 있기...

"꼬마야, 내 꼬마야, 책 좀 읽어줘."
내가 책을 읽어주는 것은 그녀에게 이야기하는
그리고 그녀와 이야기하는 내 나름의 방식이었다.

##################################################

작가 소개
저자 | 베른하르트 슐링크
법대 교수이자 판사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인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1944년 7월 6일 독일 빌레펠트에서 태어나 하이델베르크와 만하임에서 자랐다. 하이델베르크와 베를린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1975년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1년 관공서 간의 공무 협조에 관해 쓴 교수 자격 논문이 통과되었고, 이후 본, 프랑크푸르트 대학을 거쳐 현재는 베를린 훔볼트 대학 법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뉴욕 예시바 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헌법 재판소 재판관도 겸임하고 있다.

1987년 추리소설 『젤프의 법』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추리소설 『고르디우스의 매듭』 『젤프의 기만』 『젤프의 살인』과 장편소설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단편소설집 『사랑의 도피』, 『다른 남자』 장편소설 『귀향』 『주말』을 펴냈다. 『젤프의 법』은 1991년 독일 ZDF 방송국에서 「죽음은 친구처럼 왔다」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 방영했으며,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는 「빌리 엘리어트」를 만든 스티븐 달드리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되었다. [예스24 제공]
TOP
목차

제1부
제2부
제3부

옮긴이의 말 - 수수께끼 같은 사랑과 죄책감 사이에서

[알라딘 제공]



##################################################

18p.
몇 년 뒤 나는 내가 단순히 그녀의 몸매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몸놀림 때문에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69p.
그것은 내게 남아 있는 한나의 여러 모습들 중 하나이다. 한나의 모습들은 나의 기억 속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다. 마음속의 스크린에 투사하면 조금도 변하거나 마모되지 않은 채로 한나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나는 그 모습들을 잊고 지낼 때가 많다. 하지만 그 모습들은 언제나 나의 마음속에 다시 떠오르고, 그러면 나는 여러 번에 걸쳐 차례차례 나의 마음속 스크린에 비추어 바라볼 수밖에 없다.

76p.
비행기의 엔진이 고장났다고 해서 그것이 비행의 끝은 아니다. 비행기는 날아가던 돌멩이처럼 하늘에서 떨어지지는 않는다. 계속해서 미끄러지듯이 날아간다. 초대형 다발 여객기는 착륙 시도 시에 산산조각이 날 때까지 반 시간에서 45분 정도까지는 날아가낟 승객들은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한다. 엔진이 고장난 상태에서의 비행은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와 별로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때의 비행은 조금 더 조용하다. 아주 조금 더 조용하다.

111p.
나의 그런 태도는 마치 한 달 한 달 죽지 않고 살아남아 강제수용소 생활에 익숙해져가면서 새로 오는 사람들의 공포심을 무심하게 기록하는 수감자와 같았다. 나는 살인과 죽음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 느낄 법한 마비 상태에 빠졌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모든 기록은 이러한 마비 상태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이러한 마비 상태 속에서 삶의 기능은 최대한도로 축소되고, 사람들의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 대해 무관심하고 무자비해지며 가스를 살포하고 사람을 태워 죽이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되는 것이다. 범행자들의 간헐적인 언급에서도 가스실과 화덕은 일상적인 주변 환경으로 등장했다. 범행을 저지른 자들의 삶 자체 역시 몇 가지 기능으로 국한되었고, 그들은 마취되거나 술에 취한 듯 무자비와 무관심, 불감증을 보였다. 내가 보기에 피고들은 여전히 이러한 마비 증세에 사로잡혀 있었고 앞으로도 영워닣 그럴 것 같아 보였으며 그러한 상태 속에서 거의 화속화된 것 같았다.

144p.
나는 내가 그녀를 배반하고 부정했기 때문에 그녀가 내게서 떠나버렸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그녀는 단지 전차 회사에서 자신의 약점이 노출될까 봐 두려워 도망친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쫒아버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내가 그녀를 배반 했다는 사실을 바꾸어놓지는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유죄였다. 그리고 범죄자를 배반하는 것이 죄가 되지 않으므로 내가 유죄가 아니라고 해도, 나는 범죄자를 사랑한 까닭에 유죄였다.

237p.
미하엘은 한나를 자신으로부터 멀리 있게 함으로써 그녀를 과거 속에 묶어놓고 이상화된 모습으로 그녀를 사랑하려 한다. 이것은 바로 현실로부터의 도피요, 그녀에 대한 부인이요, 배반인 것이다. 이러한 태도를 가지고 그녀가 석방되기 며칠 전에 교도소를 찾은 그의 태도에서 한나가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을 리는 만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