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oss 2007. 3. 17. 05:44

내 가슴 심장소리만 들릴 뿐
끝없는 길이 앞에 이어지는 활홀한 체험. 잊지 못하리, 우리가 나눴던 포옹과 입맞춤을,
삶의 희열이 파도처럼 밀려와 온 몸을 적시던 그 여름 오후의 한 순간을.


"너를 만나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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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 산티아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걷다

나는 걷는다, 다시 8백 킬로미터
산티아고 일기 1 출발점, 생장피도포르에 서다

길 위에서 순례자들의 무덤을 만나다
산티아고 일기2 피레네 산맥 넘어 론세스발레스로

천사 아그네스, 지친 순례자를 보듬다
산티아고 일기 3 절룩거리며 들어선 픔플로나

저녁 여덟 시에야 깨어나는 스페인 마을
산티아고 일기 4 드디어 에스테야 도착

이 길은 신이 지켜보고 있는 게 틀림없어!
산티아고 일기 5 로스 아르코스에서 멋진 식사를

가우디의 도시에 흠뻑 빠지다
바르셀로나 일기

지친 다리 재촉하며 다시 길을 걷다
산티아고 일기 6 일주일 휴식 후 산티아고에 다시 서다

산티아고에서 내 사랑을 시험해볼래!
산티아고 일기 7 주느비에브와 산토 도밍고 성당의 닭 울음

성당에 들어가는데 돈을 내라니
산티아고 일기 8 오늘날 교회와 종교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라, 코카콜라 자판기가 몇 개야?
산티아고 일기 9 부르고스에서 카리온까지 걷고 또 걷다

비행기야, 열차야, 나를 실어 가다오
산티아고 일기 10 홀로 걷는 길, 벗들이 있어 즐겁다

이교도를 기독교로 바꾸는 건 선교가 아니야!
산티아고 일기 11 젊은 독일인 신부와 걷다

순례자를 위해 야곱 성인께 종을 울리다
산티아고 일기 12 데쳐지는 시금치처럼 숨이 죽어갔다

발가락 물집 터뜨려가며 걷는 길
산티아고 일기 13 걷는 사이 난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여자
산티아고 일기 14 나오코와 걸으며

산티아고에서 네가 원하던 걸 찾았니?
산티아고 일기 15 여기까지 8백 킬로미터, "너, 참 장하구나!"

세상의 끝에 서서 외치다 '카르페 디엠!'
산티아고 일기 16 순례를 마치고 신발을 태우다

부록 - 카미노 데 산티아고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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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분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 김중식, <이탈한 자가 문득>


그러다 보니 너무 많은 걸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깨달았어. 사람들하고의 만남도, 이야기할 기회도 잃고, 이 작고 어여쁜 마을들을 둘러보는 즐거움도 놓치고 있었던 거야. 산티아고에 가서 '왔노라. 보았노라.' 하고 휙 돌아서서 가려고 여기에 온 건 아니잖아.


Work like you don't need the money,
Love like you've never boon hurt,
Dance like nobody's watching,
Song like nobody's listening,
Live like it's Heaven on Earth.


신들은 우리를 시기한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많은 것들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너는 지금 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울 때다. 너는 다시는 이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 우리는 다시는 지금처럼 여기, 이 장소에 이렇게 함께 잊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이 순간이 소중한 것이고,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다.


"사랑이라는 게 지겨울 때가 있지..." 내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처럼 나도 사랑이라는 게 지겨웠다. 전쟁처럼 격렬한 감정의 폭발과 격렬했던 만큼 갑작스러운 열정의 사그러짐과 혁명처럼 전면적인 변신을 요구하며 나를 구속하던, 그 통제될 수 없는 감정의 흔들림. 사랑은 내 안에 숨겨져 있던 다른 나를 만네게 했고, 내가 모르던 나와의 대면은 경이로운 한편 두렵기도 했다.


"기독교는 성경을 믿는 것이 아니라 성경ㅇ이 증거하는 그 분을 빋고, 전통을 믿는 것이 아니라 전통이 전수하는 그분을 믿고, 교회를 믿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선포하는 그분을 믿는 종교" - 한스 퀑



혹시 혼자 떠나는 여행이 가장 필요한건 지금의 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