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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3.17 너에게 변두리를 보낸다 (정유희)
posted by oss 2007. 3. 17. 03:24

내가 나를 얼렁뚱당 읽어보기를

당신 입에서 나부끼지 않는 묵직한 세 음절의 이름 곁에 난 무심코 서 있다. 우리가 서로가 무언가 알고 있음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입위에 촛농을 떨어 뜨렸다. 나는 함량미달의 일들에 너무 내 자신을 가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너무 빠르게 모든 현상들이 지나가고 있다. 붙들자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해프닝으로 눈요기된다. 31개의 날짜로 이루어진 달력 이곳 저곳에 동그라미를 쳤다. 도로 위의 좌석버스에서 관절이 꺽인 꿈을 꾸고도 아직 살아 있는가? 스스로 자문하며 동그라미는 채워지고 자신의 실용을 점검한다. 사람은 대체로 나쁜 물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감히 화낼 필요는 없다. 당신은 두개골에 고여있는 눈물을 조금씩 말리고 있는지, 부디 세상이 당신을 거짓 안심시키기 위해 뱉어 놓은 문화 쓰레기들 속에 담궈진 당신의 복숭아뼈가 썩어 들어가지 않기를... 미안하지만, 나는 아직도 피카소가 누구냐고 물으면 파카만년필 사장이라고 대답하는 해리 장애자에 속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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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가슴을 드러내고 영혼을 썬탠한다. 동해 최북단 바닷가, 마차진
둘. 싹튼 보리밭처럼 파릇한 봄바다에 서서. 우리 나라 지도의 꼬리, 포항 영일만일대
셋. 허브, 나의 향기로 당신을 이롭게하리라. 허브나라
넷. 채석강의 시루떡 바위를 다 돌때까지 연인과 팔장을 풀지 말 것! 변산
다섯. 여우섬에서 까불락거리다 여우한테 간을 빼앗기다! 서해에 있는 호도
여섯. 보테로, 니 내게 거짓말을 해보라카이! 경주
일곱. 결국, 불탄 성당은 며느리도 몰랐다. 동주천
여덟. 누가 국자로 가을을 떠서 강화도에 뿌렸나? 강화도와 석모도
아홉. 네 놈 간을 용왕님이 가져오라 그랬단 께롱~ 해안경비대여! 뻘 위의 음주경운기를 추격하라. 선운사, 한돌리 앞바다
열. 영혼은 그에게 주고 나머지는 여기다 풍장해다오! 거제도 & 미륵도
열하나. 녹차밭, 초록의 거대한 덩어리 속에서 서로를 방치하기. 전남 보성
열둘. 쏘-쏘쏘쏘쏘! 신에게 이 아름다움을... 동해안 7번 국도변의 바닷가
열셋. 발 및엔 구름 양탄자, 손 뻗으면 하늘 치맛자락. 강원도 인제의 내린천, 해안분지
열넷. 술 익는 마을에 타는 동생들. 전남 영광, 법성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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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희가 추천한느 중구난방 LIST!

choice 1. DeeeLite <Sampladelic Relics & Dancefloor Oddities>
딜라이느튼 신시다이저와 전자 악기가 포괄할 수 있는 모든 방향성에 복고적인 이미지를 덧칠하여 딜라이트만의 독특하고 흥겨운 음악을 만든다.

choice 2. PAUL VAN DYK REMIXES 92-98 - VORSPRUNG DYK TECHNIK
아삭한 하우스와 질주하는 비트, 몰아로 입성 시키는 트랜스까지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이 앨범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아찔한 테크노 리믹스 명반으로 손꼭히는 앨범이다.

choice 3. WEEZER <WEEZER>
내가 아는 무수한 록 밴드 중에 가장 아끼는 록밴드 WEEZER. 그들의 모든 곡을 좋아하지만 특히 강한 호소력의 <SAY IT AIN'T SO>와 낮게 읊조리며 스타트를 끊어 궁극적으로 록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점진적으로 나타내는 <ONLY IN DREAMS>를 최고의 추천 트랙으로 진상하고 싶다.

choice 4. 김소연의 <극에 달하다> 함성호의 <성 타즈마할>
"나는 죽어도 이해 받지 않으리라, 당대여 부디 나를 비껴 나가기를..." 이라 부르짖는 함성호와 "세상 어디에도 내 이름이 남지 않게 되기를, 세상 만사가, 만물이, 삶이든, 사람 아닌 것이든, 고통이며, 욕망이며, 사랑이며, 갖은 사무치는 것들로부터 너무 가깝지 않아서 가볍게 지나쳐 가기를"이라 자신에게 주술을 거는 김소연의 시는 어행을 떠난 그대들을 영혼을 살찌우는 고민을 안겨준다.

choice 5. 김영승 <취객의 꿈>
누가 내 옆구리를 곡괭이로 콱 찍었다고 해보자. 갈빗대 서너 개가 부러져서 근육을 뚫고 삐져나오고, 한때는 죽은 짐승의 시체와 죽은 식물의 잎새로 채워졌던 나의 내장이 주르르 흘러 나왔다고 해보자.
그리하여 시뻘겋게 부릅뜬 내 두 눈은 튀어날 듯이 이글거리고, 태어나서 한번도 내보지 못한 아니 내불 수 없었던 처음이자 마지막인 괴로운 비명을 지르고, 고통에 이글거리던 두 눈이 서서히 풀어져 갈 때, 너를 쳐다보거나 죽은 이웃을 바라보는, 아아, 부르럽거나 서러운 그 나람대로의 명백한 눈빛이 아닌 또한 처음이자 마지막인 나의 눈빛이 지어질 테고, 너를 내 가슴에 안아 입을 맞추거나 허무와 절망에 찌들려서 내뱉던 신음소리가 아닌 그 또한 처음이자 마지막인 신음소리를 낼 것이고, 그리고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누가 내 옆구리를 곡괭이로 콱 찍기 전까지는 나는 결코 옆구리를 공괭이로 찍혔을 때의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런 것이다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은.

그의 시 <처음이자 마지막>은 내가 보아왔던 어떤 사랑시보다 가장 강력하고 처연하며, 은유 없이도 시가 이토록 사람을 환장하게 만들 수 있음을 시사해 준다.

choice 6. 가면속의 수수께끼
"변태"라고 치부하는 샘플들이 그저 이상한 사람들의 졸렬한 행태가 아닌, 사람의 심리 기저 깊은 곳에 내재되어 있는 갖가지 '의식과 삶'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이 만화는 진지함을 획득한다.

choice 7. DEEP FOREST <BOHEME>
이들의 음악은 아프리카 토속 리듬과 주술적인 사운드, 캐머룬, 부런디, 자이레, 차드 등 조그만 섬의 민속 리듬을 차용하여 토속 악기들이 가지는 원초성에 신서사이저를 믹서시켜 월드 뮤직의 정수를 느끼게 해준다. 특히 보컬 마티가 불러주는 한풀이 성률과도 같은 <MARTA'S SONG>은 고단하고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곡으로 후반부의 바이얼린 애드립 부분은 정화된 절정을 표현하는 딥 포레스트의 음악 성향을 잘 나타내 준다.

choice 8. PIZZICATO FIVE IN - MADE IN USA
3번 트랙 <MAGIC CARPET RIDE>를 들으면 이 곡 특유의 그루브에 취해 흡사 마술 카페트를 타고 날라 다니는 듯한 신나는 기분이 온 몸에서 출렁거린다.

choice 9. RED HOT+RIO
자! 바다로 떠날 땐 RED HOT+RIO를 탑재하고 떠나자. 연인과 함께 듣기에 적당한 <CORCOVADO>는 에브리씽 벗 더 걸의 재해석으로 좀 더 쿨한 낭만이 일렁인다.

choice 10. RYUICHI SAKAMOTO <BEAUTY>
이 앨범에는 일본의 민속음악과 재즈, 보사노바, 리오 등이 융합되어 있어 동서양 음악의 극단적인 상이함과 동시에 획득되는 동질성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추천곡은 벚꽃 가루 흩날리는 봄날, 꽃놀이를 하며 민속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게이샤가 연상되는 <ASADOYA YUNTA>

choice 11. 르 코르뷔지에 <인간을 위한 건축> -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조그만 판형에도 불구하고 문명, 사회, 예술, 종교를 아우르는 거대한 박물학적 지식이 수높아져 있고, 이에 따라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잘 만들어진 지도를 한 장 선물 받는 것과 같은 기쁨을 누릴 수 있다.

choice 12. 편지와 엽서
'강원도 횡계' 등지의 소인이 찍힌 편지나 엽서를 받은 사람은 그대를의 정성과 배려에 소똥 같이 굵직한 눈물을 줄줄줄~ 흘릴 것이다.

choice 13. LEE-TZSCHE <ASIAN PRESCRIPTION>
세상을 새로운 영혼으로 사유하기를, '무의식 공동체'로 이어져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그녀의 음악들은 상처받아 쓰라린 가슴을 부여잡고 어딘가를 향해 떠나는 자들에게 가장 큰 치유와 처방전이 되어 줄 것이다.

choice 14. 작가정신 소설향 시리즈
작가정신의 '소설향 시리즈'는 국내 문단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꾸준히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는 작가들이 새롭게 발표한 중편 분량의 소설을 단행본으로 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