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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17 책, 세상을 탐하다 (장영희 외)
posted by oss 2009. 2. 17. 16:12

"책은 누군가 서가에서 빼내어 자유롭게 할 때까지는 감금되어 있는 영혼과 같다."

"책은 세상 속으로 외출한다. 신비롭게도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여행을 하다가 누군가 이 책이 필요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그때에 가 닿는다. 우주적 힘이 그러한 조우를 인도한다."
"Books go out into the world, travel mysteriously from hand to hand, and somehow find their way to people who need them at the time when they need them. Cosmic forces guide such passings-along."
- 에리카 종 Erica Jong(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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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제1부 중구난방 책 읽기
심승현
파페포포, 탈레스를 읽다
홍승우 책과 나무
전유성 책에 관하여 중구난방 스스로 묻고 답하기
이루마 내 인생의 책
성석제 책 도둑의 변명
정은숙 좀 즐기면 안 되겠니?
송경아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해진다고?
공병호 영원한 책 읽기
허병두 책을 꿈꾸는 도서관
김상욱 도서관 열쇠

제2부 척추로 책 읽기
이문재
척추로 읽읍시다
홍세화 세상을 보는 눈
하성란 정독의 시간
서정오 책값, 그래도 싸다
도정일 고독한 성찰과 불안한 의심의 극장
이병률 가슴에 품은 책
공선옥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
이용훈 삶의 등대, 도서관
안찬수 독서 삼매경이라는 것
장영희 문학 수난시대

제3부 책벌레의 책 읽기
조병준
책벌레의 인생
이명랑 도서관 찾아가는 날
최재봉 왜 침대를 그림이라고 하면 안 되지?
정호승 책에도 운명이 있다
오한숙희 아직도 다 읽지 못한 책
김수연 책을 탐하는 삶
백원근 책과 연애하기
황대권 책벌레의 천국을 방랑하다
함성호 보이지 않는 손

책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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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p.
책이 모든 해답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가야할 올바른 길에 대한 여러 가지 길을 제시해주었던 것 같다. 어떤 것을 받아들여야 할지는 오직 나 자신의 몴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인생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독서는 내 인생에서 충분한 도움이 되었다.

51p.
책의 기록에는 독특한 편집 방식이 있으니 흔히 '체제'라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체제가 없으면 그것은 단지 데이터 스모그에 불과할 것이다. 인터넷상의 어떤 정보는 너무 날것이고 검증되지 않은 것이어서 책의 체제에 도저히 못 미치는 것이 있다. 누리꾼들이 때로 이점을 쉽게 간과하는 듯도 하다.

61p.
오랫동안 알아왔던 지인과 나눈 대화 가운데 이런 대목이 들어 있었다. 무엇인가 만족할 수 없는 대목에 대해 그분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이 잘 돌아가지요. 외형도 그럭저럭 성장을 하고 조직원들도 열심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직업 생산하지 않고선 그렇게 충만한 행복감을 느낄 수가 없네요."
...
질풍노도와 같은 젊은 날을 통해 내가 얻어낸 가장 큰 수확은 징정으로 내가 글을 읽고, 창조하고 그 결과물을 작품으로 내놓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나에게 그것은 노동이 아니라 환상적인 게임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오늘도 의무감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향해서 외치고 싶은 말들을 작품 속에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읽는 작업도 열심이다.

90p.
독서는 '세계를 향한 창을 여는 것'이다. 창은 열려졌을 때 그 참된 의미를 지닌다. 닫혀 있는 창은 단지 가능성으로만 남을 뿐이다
우리는 열려진 창을 통해 세상과 만난다. 그곳에 나와 다른 것, 내가 알지 못한 것과 내가 미쳐 느끼고 있지 못한 것이 있다. 오직 책을 통해서만 타임머신을 탈 수 있어서 우리가 갈 수 없는 과거의 세계와 미래의 세계를 찾아갈 수 있고 오랜 동안 인류가 남긴 지혜의 보고와 만날 수 있다. 공간적으로도 일상 세계를 뛰어너멍 지상의 모든 세계를 찾아갈 수 있다.

107p.
기억과 사유, 상상과 표현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독특한 능력들의 목록을 대표한다. 인간이 천사를 향해 자랑할 것도 결국은 그 네가지 능력으로 집약된다. 인간은 기억하고 생각하고 상상하고 표현하는 존재이다. 그 네 가지 능력의 어느 것도 완벽하지 않다. 기억은 수많은 구멍들을 갖고 있고 사유는 불안하다. 상상은 기억과 사유의 한계를 확장하지만 유한한 경험의 울타리를 아주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21p.
집 안에 책이 쌓여가는 것이 겁나고 때로는 답답하지만, 그래도 책을 사서 집에 돌아오는 순간이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그 책을 읽는다기보다 '만날' 생각을 하면 가슴이 마구 떨려온다.

150p.
인생의 모든 것은 동전의 양면이다. 책벌레로 인생을 살게 된 건 저주다.끝없는 배고픔보다 지독한 저주가 어디 있는가. 그러나 그 끝없는 저주는 동시에 축복이다. 죽는 날까지 새로운 양식으로, 비록 곧 사라질망정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처럼 놀라운 축복이 또 어디 있는가. 끝없는 포만감과 끝없는 배고픔이 곽 부둥켜안고 추는 왈추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188p.
베스트셀러에만 빠디는 편식 독서, 소비되는 독서는 개인의 음색이 드러아지 않는 군중합창단의 독서와 같다. 음치일망정 꾸준히 연습하며 독창 무대를 준비하는 독서가 자신의 스타일을 만든다.

194p.
런던이 책벌레들에게 천국인 것은 단순히 책방이 많아서가 아니다. 책벌레들에게 일반서점은 아무리 많아도 별 볼일이 없다. 어딜 가나 똑같기 때문이다. 런던에는 세계 어느 도시보다 전문서점이 많다. 그것은 아마도 수백 년 동안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세계를 지배하는 동안 다양한 분야에 많은 전문가들을 키워놓았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