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걸(GQ KOREA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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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
저자 | 황경신 |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 꿈은 동화를 쓰는 것이다. 언젠가는 써야지, 하면서 그 꿈은 잠시 미루어둔 채, PAPER를 만들면서 또 ‘뭐라고 규정지을 수 없는’ 글들을 TM면서 놀고 있다. PAPER를 통해 세상에 나왔던 이 글들 중 몇 편이 MBC 한뼘 드라마를 통해 영상화되면서, 지문과 대사로만 이루어진 대본을 만들어내는 기쁨도 알게 되었다. 아마추어 록밴드에서 키보드를 쳤고, 이즈음에는 재즈 피아노 배우는 재미에 빠져 있다. 영원의 음악 - 요한 세바스찬 바흐, 영원의 시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세상에 충만한 기쁨 - 비틀즈, 그리고 모든 생명의 - 어디에나 존재하는 유일한 그분을 사랑한다. [반디북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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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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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p. 하지만 하루키가 그런 말을 했죠.
누구도 종교에서 기적만 잘라 가질 수는 없다고.
그러니 사랑에서 기쁨만 잘라 가질 수도 없겠죠.
25p. 그리고 이것은 가장 나쁜 형태의 사랑이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알아차린다.
식물의 모양을 한 사랑이 가장 나쁜 것이다.
그것은 결딜 수 없을 만큼의 인내를 요구한다.
32p. "그 이야기에서, 남자와 여자의 입장은 늘 바뀌는 거라고 생각해. 때로는 남자가, 때로는 여자가 서로의 발목을 잡기도 하고, 곰스크로 가자고 끌어당기기도 하고, 또는 가족이, 친구가, 사회가, 절망과 희망을 던져주기도 하겠지. 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별로 없어. 다만 오래 전에 읽었던 그 소설이 내 마음속 어딘가에 가라앉아 있다가, 가끔 선명하게 떠오른다는 거지. 마치 아무런 위험도 없어 보이는 사화산이 갑자기 폭발하듯이. 그럴 때면 난 불에 데인 듯이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곰스크, 라고 말하게 돼."
46p. "물건에도 어떤 기억이 머물러 있는 거야. 네가 그것을 오래 간직했다면 그 물건은 너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거지. 그러니 그 물건을 함부로 버린다는 것은 너의 기억 중 일부를 함부로 버린다는 거야. 너는 영원히 그 기억을 상실하게 되는 거지. 기쁜 일은 아니잖아?"
91p. 지평선을 둘러싼 빛들이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나는 사탕의 성분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포기'라는 이름의, 퍼석퍼석한 맛이 나는 에너지였다. 내가 그 사탕을 막 입 안에 넣으려고 했을때,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지평선이 사라졌다. 하늘과 땅이 같은 빛깔로 세계를 감싸안았다. 갑자기 차가운 바람 한줄기가 불어왔고, 나느 사탕을 떨어뜨렸다. 그것은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96p. 나는 두 장의 사진을 가방 속에 집어넣고, 그 여자와 인사를 나누고, 그 집을 나섰다. 저녁이 와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은 한결 나아져 있었다. 난 그냥 도청소재지를 외우지 못해서 선생님께 잠시 혼이 났던 것뿐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가끔, 반성하지 않아도 좋을 절망이 있는 법이다.
123p. 하나의 시기를 통과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심장이 빨리 뛰고, 어지러워지고,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일 같은건, 지나간 사랑 때문에 혼란스러워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느낌.
138p. 비트즈에 중독되어
노르웨이의 숲에서(Norwegian wood), 당신은 나를 보지 못하지(You won't see me). 나는 언덕 위의 바보(The fool on the hill)가 되어, 잠만 잤어(I'm only sleeping). 나의 기타가 부드럽게 우는 동안(While my guitar gently weeps) 여기, 저기, 그리고 모든 곳에서(Here, there and everyuwhere) 검은새( Blackbird)들이 노래 부르지. 내겐 친구의 작은 도움이 필요해(With a little help from my firends). 내 인생에(In my life) 필요한 것은 단지 사랑뿐이야(All you need is love). 행복은 따뜻한 총이고(Happiness is a warm gun), 눈을 감으면 태양이 여기로 올 거야(Here comes the sun). 그녀는 집을 떠났지만(She's leaving home), 딸기밭에서 나는 영원히 기다릴 거야(Strawberry filds forever). 왜냐면(Because) 너의 손을 잡고 싶어서(I wanna hold your hand). 도와줘(Help me). 제발 나를(Please please me).
172p. 이 세상이 온통 시시해지고 재미가 없어집니다. 모든 것이 손바닥 들여다보듯 빤하고, 예상치 못한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고, A는 A, B는 B인 거예요. 동화는 동화, 소설은 소설, 음악은 음악, 나는 나. 절망은 4차원이고 세계는 3차원이고 권태로움은 1차원입니다. 그리고 4차원에서 막 돌아온 나는 1차원의 세계에서 지루함을 억지로 견디고 있었던 거죠. 세상의 죽음과 달의 유령이 있는 세계는 2차원입니다. 내가 여기에 있고, 달의 유령은 저기에 있습니다. 그가 나를 끌어올리고, 나는 끌려갑니다. 아주 간단하지요.
219p. "하지만 좋지 않아요?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는 것들은 그만큼 소중하게 여겨지니까, 그들이 존재하는 동안 우린 행복할 수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그들은 반드시 다시 나타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