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12. 02:51
소설은 형태상 다섯 차례의 인터뷰로 이루어져 있지만 내용상으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번째 부분은 네 차례의 '살인놀이'이다. 대문호는 자신의 책을 제대로 읽지도 않은 주제에 그저 죽어가는 유명인사를 인터뷰한답시고 달려온 기자들을 잔인하기 그지없는 언변으로 차례차례 '죽여'버린다. 계속되는 '촌철살인'에 독자가 망연자실해갈 무렵, 다섯번째 인터뷰가 시작되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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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아멜리 노통브 저자의 다른 책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저자의 다른 책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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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p.
"좋았을까요? 뚱보에다 내시 같은 글쓰기광이 되는 거 말이에요."
암, 좋았을 테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그 기자 한 사람만은 아니었다. 인간이라는 게 원래 그런 존재이다. 그리하여 건강한 정신을 가진 이들이 젊은과 육신과 사랑과 우정과 행복과 기타 등등을 영원이라 불리는 환상의 제단에 바칠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75p.
"비범한 이유라니까. 나 같은 작가에게 위안이 되는 이유잖소? 진정한 작가, 순수한 작가, 위대한 작가, 천재적인 작가는 자기 책을 읽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 알고 나면 마음이 편해진단 말이오. 내가 마음 깊은 곳에서, 고독의 한가운데에서 은밀히 탄생시킨 그 아름다운 것들이 천박한 시신에 의해 더럽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나면 말이오.
93p.
"입술은 두 가지 역할을 하오. 첫째, 말을 관능적인 행위로 만들어준다오. 입술 없는 말이란게 어떤 것일지 상상해본 적 있소? 멍청하게 차가운 그 무엇, 뉘앙스 없이 서걱거리는 그 무엇일 거요. 꼭 법원 사무관의 말처럼 말이오. 한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으니 그게 바로 입술의 두번째 역할이라오.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하지 못하도록 입을 다물게 해준다는 거지. 손 또한 입술을 갖고 있소. 써서는 안 되는 것을 쓰지 못하게 방해하는 입술 말이오. 이건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역할이오. 글재주와 불알과 자지를 제대로 갖춘 작가들이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한 탓에 작품을 망치곤 했지."
95p.
"~단어들을 바락바락 외쳐봐야 부질없다는 걸 말이오. 단어들은 스스로 소리를 질러대거든. 자기 안에서 울려 나오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되지."
"그럼 손은요?"
"손은 쾌감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거요. 뼈저리게 중요한 기관이지. 글을 쓰면서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작가는 당장 절필히야 하오. 쾌감을 느끼지도 못하면서 글을 쓴다는 건 패륜이오.~"
255p.
영감의 화신은 감탄에 겨워 제 두 손을 바라보았다.
신에게로 향하는 길은 뚫기 힘들다. 그보다 더 뚫기 힘든 것은 성공으로 향하는 길이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부터 프레텍스타 타슈의 책은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10년 후 선생은 고전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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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p.
"좋았을까요? 뚱보에다 내시 같은 글쓰기광이 되는 거 말이에요."
암, 좋았을 테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그 기자 한 사람만은 아니었다. 인간이라는 게 원래 그런 존재이다. 그리하여 건강한 정신을 가진 이들이 젊은과 육신과 사랑과 우정과 행복과 기타 등등을 영원이라 불리는 환상의 제단에 바칠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75p.
"비범한 이유라니까. 나 같은 작가에게 위안이 되는 이유잖소? 진정한 작가, 순수한 작가, 위대한 작가, 천재적인 작가는 자기 책을 읽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 알고 나면 마음이 편해진단 말이오. 내가 마음 깊은 곳에서, 고독의 한가운데에서 은밀히 탄생시킨 그 아름다운 것들이 천박한 시신에 의해 더럽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나면 말이오.
93p.
"입술은 두 가지 역할을 하오. 첫째, 말을 관능적인 행위로 만들어준다오. 입술 없는 말이란게 어떤 것일지 상상해본 적 있소? 멍청하게 차가운 그 무엇, 뉘앙스 없이 서걱거리는 그 무엇일 거요. 꼭 법원 사무관의 말처럼 말이오. 한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으니 그게 바로 입술의 두번째 역할이라오.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하지 못하도록 입을 다물게 해준다는 거지. 손 또한 입술을 갖고 있소. 써서는 안 되는 것을 쓰지 못하게 방해하는 입술 말이오. 이건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역할이오. 글재주와 불알과 자지를 제대로 갖춘 작가들이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한 탓에 작품을 망치곤 했지."
95p.
"~단어들을 바락바락 외쳐봐야 부질없다는 걸 말이오. 단어들은 스스로 소리를 질러대거든. 자기 안에서 울려 나오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되지."
"그럼 손은요?"
"손은 쾌감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거요. 뼈저리게 중요한 기관이지. 글을 쓰면서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작가는 당장 절필히야 하오. 쾌감을 느끼지도 못하면서 글을 쓴다는 건 패륜이오.~"
255p.
영감의 화신은 감탄에 겨워 제 두 손을 바라보았다.
신에게로 향하는 길은 뚫기 힘들다. 그보다 더 뚫기 힘든 것은 성공으로 향하는 길이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부터 프레텍스타 타슈의 책은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10년 후 선생은 고전작가의 반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