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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16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한비야)
posted by oss 2007. 7. 16. 17:35

"워메, 강원도꺼정 걸어서 못 간당께"

내일이면 통일전망대.
여행 첫날 만났던 전라도 할머니들이 생각난다.
"오메 징한 거, 절대로 못 간당께."
그분들은 지금 내가 여기까지 와 있는 것을 안다면 얼마나 놀라실까?
작은 발로 아장아장 걸어서 강원도까지 올 줄은 정말 모르셨겠지.
내겐 뛰는 재주도, 나는 재주도 없다. 그저 한 발짝 한 발짝 걸었을 뿐.
낙숫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바위를 뚫고,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푸른 숲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이제 나는 믿는다.
한 걸음의 철학.
내 어머니의 땅이 준 커다란 가르침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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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여는 글 : 우리 땅 끝에서 끝까지 신발끈 바짝 매고 함께 걸어요

1장. 바람의 딸, 땅끝에 서다
1. 반갑다, 바다야 섬들아!
3월 2일 땅끝에 서다/
3월 3일 도보여행 원칙 제 1장 1조
3월 4일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2. "워메, 뭐땀시 고로코롬 다닌다요?"
3월 5일 100년을 넘나드는 시간여행
3월 6일 한비야의 난초론

3. 시골길에서 돈 주고도 못 사먹는 것
3월 7일 길 떠날 때는 눈썹도 빼고 가라
3월 8일 물 사려다 당한 봉변
3월 9일 말 한마디로 만 원을 깎다

4. 가는 길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3월 10일 전 구간의 6분의 1을 걷다
3월 11일 나는 지금 뭐하는 사람인가
3월 12일 광주시 비아동, 내 홈그라운드
3월 13일 슬슬 꾀가 나기 시작했다

5. "봉고차는 절대로 타지 말랑께, 잉?"
3월 14일 여행중 고추장은 천만원군
3월 15일 "엄마 아기가 나오려나 봐요"
3월 16일 만사가 귀찮다
3월 17일 벌건 대낮에 여관을 찾으려니

6. 이정표가 기가 막혀
3월 18일 간은 점점 커지는 것
3월 19일 반갑다, 개나리야, 봄의 첨병아!
3월 20일 천당에 가는 길은?

2장. 외롭지만 그래도 가야 할 길이기에
1. 한국 여관방 풍물기행
3월 21일 한국 여관방 풍물기행
3월 22일 강원도면 거의 다 왔네

2. 산 자는 4.3평, 죽은 자는 15평
3월 23일 농사나 짓겠다고?
3월 24일 나라도 무덤을 남기지 말아야지

3. 서울도 고향인가?
3월 25일 일진 사나운 날
3월 26일 국토종단 절반을 끝내다
3월 27일 보고싶은 혜경아

4. 문경새재 할머니, 만세!
4월 1일 엄마, 미안해
4월 2일 문경 할머니의 장한 일생

5. 큰자라산이 까마귀산이 된 이유
4월 3일 내게는 발이 밑천
4월 4일 여관 방은 왜 뜨거울까

6. 풀과 나무에게 제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4월 5일 이 나이에라니, 무슨 나이 말인가
4월 6일 발로 느끼는 오감 만족 여행
4월 7일 여행 30일때, 오늘은 땡땡이

7. 웃겨, 날 잡아가보겠다고?
4월 8일 웃겨, 날 잡아가보겠다고?
4월 9일 '싸가지 많은'놈의 쓰레기 처리법

3장. 한 걸음의 힘을 나는 믿는다
1. 1%의 가능성만 있어도
4월 10일 하루종일 아름다운 평창강을 따라 걷다
4월 11일 들으면 기뻐하실 이야기
4월 12일 이그, 바보, 멍청이, 덜렁이

2. 만 권의 책보다 만 리를 여행하는 것이 낫다
4월 13일 가족들과 함께 한 달콤한 강행군
4월 14일 하느님 너무하세요
4월 15일 앗, 오대산 입산 금지!

3.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다
4월 16일 졸지에 배낭 보살이 되다
4월 17일 하지 말라는 짓을 하는 즐거움

4. 내 걸음이 꽃보다 빨라서
4월 18일 개구리가 죽자 하고 울어대는 밤
4월 19일 '오버'하는 한비야의 국제화

5. 이틀 간 전세낸 설악산 등정
4월 20일 저 다람쥐가 뭘 달라는 걸까
4월 21일 먹을 복 터진 날

6. 내 발로 걸으며 가슴에 새긴 내 땅
4월 22일 노는 것이 더 힘들다
4월 23일 나, 떴나 봐*^^*
4월 24일 지도 한장의 힘

7. 아직도 국토종단은 끝나지 않았다
4월 25일 이렇게 힘이 남아 있는데
4월 26일 날자! 저 넒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닫는 글: "엄마, 저를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길을 다시 가며: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들
부록: 한비야의 알짜 도보여행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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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p. 인연의 싹은 하늘이 준비하지만 이 싹을 잘 키워 튼튼하게 뿌리내리게 하는 것은 순전히 사람의 몫이다. 인연이란 그냥 내버려두어도 저절로 자라는 야생초가 아니라 인내를 가지고 공과 시간을 들여야 비로소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한 포기 난초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나와 친한 사람이면 귀가 무르도록 들었을 '한비야 난초론'이다.


50p. 나는 가끔 내가 아주 지체 높은 집안에서 태오나 '로열 패밀리'로 자라지 않은 것을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한다. 나의 노력과 상관없이 나를 특별하거나 잘난 사람으로 착각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때는 내가 일류 학교에 다지니 않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진다. 사회에서 주는 그 많은 특혜와 예외적인 친절이 마치 내 인간적 가치가 높아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여자라 예뻐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눈에 띄는 미인이 아니라 도리어 잘되었다고 생각하는 적도 있다. 외무 한 가지가 나의 다른 장점을 가릴 수도 있고, 사람들의 친절이 단지 내 얼굴 덕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64p. '가는 길 포기하지 않는다면 꼴지도 괜찮은 거야.'


153p. 할머니는 비록 일자무식이라도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계시는 듯하다. 서로 돕고 도움을 받는 것. 나는 그동안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받지도 않고 사는 것이 제일 공평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행을 다니면서 절실히 느낀다. 세상은 안 주고 안 받는, 혹은 주는 만큼만 받고 받는 만큼 주는 게 아니라 모르는 사이에 어떤 사람에게는 많이 주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많이 받는다는 것, 그렇게 돌고 돈다는 것을.


175p. 젊디젊은 20대 아가씨들이 나는 벌써 여섯이에요, 곧 아홉 되는 노처녀예요, 하는 것을 들으면 기가 막히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지금 '이 나이가 다른 사람들이 몹시 부러워하는 나이일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는 가장 젊은 나이이기 때문이다.


176p. 인생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목표가 있다면, 그리고 자기가 바른 길로 들어섰다는 확신만 있다면, 남들이 뛰어가든 날아가든 자신이 택한 길을 따라 한 발 한 발 앞으로 가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나이에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시작한 일을 끝까지 꾸준히 했느냐인 것이다.


249p. 최근에 '길들일 수 없는 자유'라는 책을 읽었다. 지난 세기에 여행과 모험을 한 '대단히 간 큰' 여자 열 명의 이야기다. 거기서 이미 100년 전에 지구를 한 바퀴 돈 스위스의 여행가 엘라 마일라르트라는 왜 자기가 그런 여행을 무릅쓰고 여행을 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도전은 나를 끊임없이 앞으로 몰아대는 채찍질과 같다. 위험은 인생에 있어 양념과 같다. 여행이란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한계로 떠나는 소풍이며 어려움들이 나를 자극한다. 나는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들을 극복했을 때 느끼는 그 따끔따끔한 만족이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인정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 그대로다. 마치 내 일기장을 베껴놓은 것 같다. 나는 여기에 감히 한마디를 덧붙인다.
"위험할 수도 있는 도전을 행동으로 옮길 때, 만의 하나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에 그렇지 않을 9,999번의 기회를 촣칠 수는 없다."


252p. 한국 속담은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중국 속담은 '행백리자반구십', 즉 100리를 가는 사람이 90리를 걸어야 비로소 절반을 지난 것이라고 한다. 끝날 때까지 절대로 안심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273p. 꿈을 가진 사람은 두 부류다. 꿈을 꾸는 사람과 꿈을 이루는 사람. 소박하든 원대하든 모든 꿈은 아름답다. 그러나 꿈만 꾸고 있는 사람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것은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요행수를 바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 요행수라는 것은 없다. 꿈은 스스로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진다.
꿈을 이루고 싶은가?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내일도 모레도 아닌 오늘, 한꺼번에 많이씩이 아닌, 한 번에 한 걸음씩 그 꿈을 향해서 걷는 것이다.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을 모두 다 할 수는 없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택해 일로매진한다면 안 되는 일보다 되는 일이 훨씬 많다는, 이 한 걸음의 철학. 내 어머니의 땅이 준 커다란 가르침이다.


305p. 충청도 길
(1) 안보에서 미륵사지를 거쳐 월악산 송계계곡을 따라 걷는 약 30킬로미터
특징 : 빼어난 산세의 월악산 국립공원을 내 정원인 양 거니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하루 종일 포근하게 산 안에 안겨 있는 듯한 느낌이다.
잘 곳과 먹을 곳 : 미륵사지 근처에는 민박촌과 음식점이 있고, 송계계곡을 거의 내려오면 식당이 여러 곳 있다.
(2) 월악 나루터에서 숫갓, 봉화재를 거쳐 오티, 청풍, 금성까지 가는 약 40킬로미터
특징 : 국토 도보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 숫갈에서 오티로 가는 길은 산속 오솔길 느낌이다. 거기에서 좀더 걸어가면 나지막한 산에 둘러싸인 청풍호가 한눈에 보이는 아주 아름다운 길이 평쳐진다. 중간에 충추호 수몰 때 잠긴 유적과 민속 자료를 모아놓은 민속촌이 있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일생에 한 번은 반드시 걸어보아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잘 곳과 먹을 곳 : 물태리에는 여관이 있고, 금성으로 가는 도중에는 도로변에 묵을 만한 곳이 나타난다. 호숫가여서인지 횟집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