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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12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 (김서령)
posted by oss 2010. 5. 12. 02:40

애초부터 희망 같은 것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외롭고 약하고 착한 그들에게 세상은 늘 불친절했으니까. 하나 같이 막막한 삶이었지만 그들이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옆자리의 또 다른 '나'들 때문이다. 한 고통이 다른 고통을 이해하고 한 슬픔이 다른 슬픔을 위로하는 광경 속에서 그들은 독자의 곁으로 조금씩 다가앉는다. 그리하여 격정도 파국도 없이 고요하고 무감한 소설들은 어느새 귓속말처럼 다정해지는 것이다. 김서령은 이 적막한 온기의 힘을 담담하고도 절실하게 그려낸다. 김서령의 소설을 읽으며 슬픔도 힘이 된다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된다.
-문학평론가 서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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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김서령

김서령_
1974년 포항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으며 200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대산창작기금(2005년)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지원금(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2007년)을 받았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목차

고양이와 나
옛 애인을 만나러 가다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
무화과잼 한 숟갈
연가
바람아 너는 알고 있나
쌍둥이들의 방
역전다방
사과와 적포도주가 있는 테이블

해설 / 방민호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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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p.
나는 어젯밤 꿈을 꾸었다. 아내의 흰 가슴을 물어뜯는 꿈이었다. 나는 이빨을 엉성하게 박은채로 아내를 올려다보았다. 아무렇게나 자란 곱슬머리가 눈을 가려서 아내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내 송곳니가 박혔던 구멍에서 붉은 피가 흘렀다.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 꿈일 뿐이다.

94p.
돌아보니 태원이도 방문을 열어놓고 있다. 작은 토끼야, 잘 자. 어두운 방 안에서 태원이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내 긴 귀에, 분명 그렇게 들렸다.